해외생활의 여유/카타르 생활

카타르 여행은??

원강한량 2008. 11. 21. 21:38



카타르에서 경험한 가장 즐거웠던 체험 중 아랍음식의 발견을 빼놓을 수 없다.
위의 크기를 실험해가며 매 끼마다 식탁을 가득 메운 아랍식 성찬을 먹었던 즐거움.
 

아랍음식과 아랍문화에 대해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진 카타르는 언급할 만한 토착음식이 거의 없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덕에 생선을 많이 먹었던 것이 고작이다. 그렇다고 전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카타르 토착 음식은 아니더라도 풍부한 아랍음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인들은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 국적은 다르지만 광활한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 음식과 언어 그리고 문화와 전통을 공유하는 한 공동체 사람들이다. 따라서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국가라면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아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아랍음식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십년 전, 한 외국잡지에서 아랍음식에 대한 사진을 보고나서부터다. 사진에서 큰 테이블을 한가득 채운 아랍음식의 풍요로움에 호기심과 유혹을 느꼈다. 언젠가 중동지역을 여행하게 되면 꼭 풍성한 아랍음식을 먹으며 포만감을 느껴보겠노라고 생각했다. 그 뒤 다시 아랍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게 된 계


기는 박완서 씨의 수필 '두부'를 읽고나서다. 수필에는 아랍인들의 주식인 쿠스쿠스를 경멸하는 독일여자가 등장한다. 작가는 이 같은 아랍음식에 대한 경멸은 뿌리 깊은 문화적 경멸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글을 읽은 뒤, 그동안 무심했던 낯선 아랍음식과 아랍문화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게 됐다.


 동서양의 문명이 한자리에 모인 풍성한 식탁

수도 도하에 가면 아랍레스토랑 외에도 중국, 인도, 파키스탄, 프랑스, 이탈리아 식당 등이 고루 있어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아랍 국가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아랍음식만 먹기로 했다. 체류 기간 내내 하루 세끼를 아랍음식으로만 먹었지만, 아랍음식의 다양함 때문인지 질리는 줄 몰랐다. 척박한 사막에서 그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음식을 맛보게 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중동은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길목이기 때문에 여러 문화권의 양념과 재료로 이뤄져 있는 것이 이 지역음식의 특징이다. 아랍음식의 뿌리는 레바논 음식이다. 레바논은 지리적으로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이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중해와 산맥이 어우러져 있어 먹을거리가 풍부해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전채요리만 수 십 가지가 나오기도 한다. 아랍에서는 빵을 주식으로 먹는다. 일찍이 유목민


이 베두인들이 밀을 빻기 위해 돌절구를 가지고 다녔던 것에서 고대 아랍인들이 빵을 주식으로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랍에는 빵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아랍식 빵은 대체로 그리스의 피타나 인도의 난과 비슷하나,  부풀리지 않고 기름기가 없이 담백한 맛을 낸다. 식사를 주문하면 커다란 빵이 수북이 담긴 바구니가 나온다. 빵을 고기나 샐러드와 함께 먹는 게 보통이다. 또, 콩을 갈아 만든 허무스라는 중동식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한다.


 육류는 양고기가 기본이다

발효시킨 양젖 요구르트를 다시 끓여 묽게 한 뒤 양고기 덩어리에 끼얹고 조리된 쌀밥과 함께 내놓는 만사프, 다진 양고기를 파슬리 및 아리비안 향신료와 함께 만든 미트볼처럼 만든 코프타나 양고기를 샐러드, 양파와 함께 꼬챙이에 끼워 구운 샤와르마, 케밥 등 양고기 요리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상추 잎에 밥을 싸먹는 것처럼, 아랍에서는 삶은 포도 잎에 밥을 싸서 먹는 와라끄 마흐쉬라는 음식이 있다. 아랍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통음식이다. 후식으로는 우유와 밀 알갱이, 쌀에 각종 양념과 장미수, 오렌지 꽃물 등으로 향미를 낸 것들이 주종이다. 가는 당면으로 한 입 크기의 덩어리를 빚어 버터나 크림치즈로 튀겨낸 후 설탕이나 꿀을 바른 쿠나파, 우유에 빵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움 알리나 말린 대추야자나 무화과 같은 건과일, 올리브와 아몬드 등을 후식으로 먹는다. 아랍에는 라반 자바디를 비롯해 전통적인 요구르트의


종류와 많다. 뿐만 아니라 두부 모양의 도미아티 치즈 등 치즈의 종류도 풍부하다. 술을 금하는 이슬람의 교리에 따라 아랍에서는 커피나 차, 다양한 과일주스가 발달해 있다. 커피가루와 설탕, 그리고 물을 한꺼번에 넣고 끓이는 아랍커피는 진하고 텁텁한 것이 특징이다.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며, 기름기가 많은 것도 아랍음식의 특징이다. 며칠간의 일정으로 아랍음식을 전부 맛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카타르에 있는 아랍 레스토랑


카타르에서 아랍음식을 맛보려면 주요 호텔 식당이나 클럽, 그리고 일반 아랍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다. 최고의 아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카타르의 5성급 호텔이다. 걸프만을 바라보며 퓨전 아랍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쉐라톤호텔의 알 샤힌 레스토랑 외에 리츠칼튼, 샤크 빌리지&스파, 메리어트 호텔 등의 아랍레스토랑이 유명하다. 호텔에서는 전통 아랍 요리보다는 퓨전요리를 제공하는 데가 많아 외국인들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 중 샤크 빌리지&스파 호텔의 아랍식 뷔페를 특히 추천하고 싶다. 카타르 음식을 취급하는 레스토랑은 카타르 전체를 통 털어 단 한 곳 뿐이다. 알코니시 거리에 위치한 '발함바' 레스토랑이 그곳. 여느 아랍음식과 비슷한 메뉴이면서도 전통 카타르식 인테리어 소품을 갖춰놓고 있으며, 몇 가지 독특한 카타르 요리를 뷔페식으로 제공한다. 주요 메뉴는 구운 양고기와 치킨 그리고 각장 해산물.


전통 카타르 음식은 카타르가 인도와 무역을 했기 때문에 인도음식의 영향을 받았고, 생선요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아랍레스토랑으로는 레바논 레스토랑인 '아샤하'가 있다. 50년 전 카타르에 이민 온 레바논 근로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세운 음식점으로 카타르를 방문하는 외국계 인사들이 즐겨 찾고, 뉴욕타임즈 등 해외 유수의 매체에 소개된 바 있는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레바논에서 가져온 올리브 나무가 서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한 돌 역시 레바논에서 공수해온 것들이다. 유명세에 비해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아라비아만의 서쪽 해안 가운데에 위치한 카타르반도는 어쩌면 '지루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선입관을  가지고 카타르가 정말 볼품없는 곳이라고 단정 짓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지금껏 관광지로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중동의 한 작은 나라에서 조금 색다른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을테니까.

 재치만점의 사막 레저 스포츠

카타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액티비티는 바로 사막사파리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끝없이 펼쳐진 모래벌판을 가로지르는 사막 사파리.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사막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없는 이색체험이기 때문이다. 카타르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달려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사막이었다. 사막이라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이른 아침 호텔로 픽업하러 온 가이드와 함께 SUV에 몸을 싣고 도하의 남서쪽에 있는 사막을 향해 달렸다. 도하시를 벗어나자 황량한 평원이 계속 이어진다. 이 황량한 평원에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다고 가이드는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차를 타고 1시간 30분쯤 지나 그 유명한 인랜드 시에 도착했다. 인랜드 시는 바다와 사막이 만나는 곳으로, 카타르 정부가 유네스코의 세계 자연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사막이 시작된다.


우선 모래와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사막을 달리기 전, 타이어의 공기를 약간 뺀다. 그리고는 곡예 하듯 광활한 사막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모래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울퉁불퉁한 사막 길을 덜컹거리며 달렸다. 뱀처럼 지그재그로 달리는 뱀 드라이브, 낙타처럼 껑충거리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낙타 드라이브로 사막의 모래를 활주하는 동안 약간의 스릴과 함께 그동안 가슴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드넓은 사막을 생각한다면 카타르의 사막은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대신 이열치열속에서 사막 레저의 재미를 쏠쏠하게 맛볼 수 있기에 사람들은 기꺼이 사막으로 향한다.


  사막의 오아시스, 도하 골프클럽


사막에서 골프치는 상상을 해 본적이 있는가. 상상하기 어렵다면 도하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필드에 서면 살갗이 다 타 버릴  것처럼 더운 날씨임에도 골프 애호가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장시간 사막골프를 즐긴다. 이들은 대부분 카타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거나 비즈니스 관광객들이다. 수려한 주변의 경관속에 자리한 골프장이 아니라 그 위치가 사막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 색다른 체험으로 남는다. 1997년에 개장한 도하 골프클럽은 아라비아 골프만의 옥빛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사막분위기가 나는 골프장이다. 세계적인 골프코스 건축가 피터 하라딘이 설계한 도하 골프클럽은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가져온 65개의 선인장과 1,300 그루의 야자수, 석회암 바위와 8개의 인공호수가 사막분위기를 연출한다. 18홀의 챔피언십 코스와 9홀의 아카데미 코스가 있으며, 300미터에 이르는 드라이브 퍼팅 그린과 넓은 연습홀을 갖추


고 있다. 매년 열리는 유럽 및 아시아 PGA 투어 카타르 마스터즈(Qatar Masters)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총길이 7,355야드의 파72 코스는 유럽 PGA 투어 중 가장 긴 코스의 하나로 꼽힐 만큼, 도하 골프클럽은 길고 독특한 레이아웃을 자랑한다. 거위와 오리가 놀고 있는 메인 호수를 끼고 있는 17홀이 클럽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난코스는 7번, 9번, 15번, 18번 홀이다. 이중에서도 3개의 호수를 끼고 있는 639야드 길이의 9번 홀이 가장 난위도가 높은 코스로 공을 보낼 때 주변의 호수가 시야를 분산시키거나 과감하게 스윙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만들곤 한다. 클럽하우스에는 아랍 분위기의 바와 아라비안 및 전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호화로운 아라비안 스타일 휴가

호화로운 아라비안 스타일의 휴가를 원한다면 도하의 특급호텔 이용을 권하고 싶다. 도하의 특급호텔들은 두바이의 7성급호텔 '버즈 알 아랍'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며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랍에 왔으면 한번쯤 아랍의 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계적인 잡지 콩드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최고의 스파 시설이 있는 나라 35' 에스파로 유명한 이집트를 제치고 카타르가 선정되기도 했다. 리츠칼튼, 쉐라톤, 메리어트 걸프, 샤크 빌리지&스파, 포시즌스 등 도하의 특급호텔들은 주로 바다를 향하고 있어 전망이 좋고, 시내 중심가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스파와 스포츠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한낮의 체감온도가 섭씨 50도를 웃도는 여름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바깥나들이 대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호텔에 머무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인공 섬에 위치해 있는 리츠칼튼호텔은 도하의 특


급호텔 중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호텔로 꼽힌다. 카타르에 있는 호텔 중에서 유일하게 여행잡지 '트래블 앤 레저'가 뽑은 '2007 세계 500대 톱 호텔'에 포함됐다.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7.5미터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웅장한 메인로비. 전통 아랍식 인테리어와 모던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샤크 빌리지&스파

올해 문을 연 샤크 빌리지&스파는 건물 외향부터 전통 카타르 양식으로 지어졌다. '샤크(Sharq)'는 '고대'를 뜻하는 말로, 옛날 카타르의 어부와 진주 잡이, 상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호텔이다. 도하에 있는 호텔 중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스파 시설은 별도의 빌딩에 마련돼 있다. '식스 센스 스파'에서 운영하는 6,500평방미터 크기의 스파 하우스 역시 전형적인 카타르식 빌딩이다. 전통 아라비안 스파를 비롯해 태국과 스웨덴식 스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파 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아랍 특유의 아로마가 물씬 풍기며, 다른 호텔 스파와 차별화된 럭셔리한 아랍 분위기를 낸다. 이밖에 포시즌스호텔은 아이스룸, 로만 배스, 커플룸, 컬러 테라피룸 등 11개의 주제별 룸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스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집트 피라미드 형태로 지어진 쉐라톤 호텔은 도하를 상징하는 독특한 건축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night view


스카이라인이 펼쳐진 해안가의 야경


전통 아랍 스타일에 현대적인 스타일을 가미한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아라비안 걸프만으로 둘러싸인 도하야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도하의 야경에 취하다보면 사막에 세워진 도시라는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도하에서 가장 멋진 야경을 자랑하는 곳은 알 코니시 거리다. C자로 형성된 베이가 7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가 알 코니시는 매일밤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코니시 거리를 따라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외국대사관과 정부 건물들이 있다. 도하의 상징으로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쉐라톤 호텔은 밤이 되면 붉은 빛으로 코니시 거리를 밝힌다. 또, 코니시 거리에 가면 카타르 전통 배인 도우와 요트가 정박해 있는 항구 및 수산시장에서도 들러보자. 낮에는 척박한 사막의 도시 도하가 밤이 되면 활기넘치고 화려한 도시를 변모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이국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다보면 어느덧 머릿속에서 중동지역에 와있는 경험을 하곤 했다. 낙타, 중동의 야외시장인 수크(souq), 히잡을 둘러쓴 여인, 긴 콧수염에 하얀 옷을 입은 남자, 짙은 향신료 냄새... 카타르는 외국에게 이국적으로 다가오는 아랍 특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하의 야외시장 수크를 둘러보며 아랍의 향기를 느껴봤다.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

 

살다보면 가끔 이국적인 정취에 끌릴 때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 같은 이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은 여행하고 싶은 욕망을 낳는다. 이국적인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여행자로서 세계화 시대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국적인 것이 점차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획일화된 세계의 문화는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취를 느끼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동이 여행지로서 새롭게 각광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세계의 다른 곳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이국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하에 가면 '다른 세계'에 와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랍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베두인들의 노천 주말 장터였던 수크(souq)다. 수크는 '시장'이란 뜻으로,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과 흡사한 대형 재래시장이다. 도하에서 수크의 거점은 크

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해변가 알 코니시 스트리트의 바로 뒤쪽으로 올드 수크인 수크 와키프를 비롯해 골드 수크, 수크 알 아지에라, 도하수크 등 11개의 수크가 모여 있는 곳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축시장, 과일시장, 생선시장 등이 모여 있는 도하 남서쪽의 도매시장 거리다. 시장은 보통 아침에 문을 열어 밤10시에 파장한다. 그러나 수크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해질 무렵인 오후 4시부터 밤10시 사이다. 어둠 깔린 시장에서 왁자지껄한 아랍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엿보다 보면 아랍에서의 독특한 추억을 남기게 된다.

 

 아랍적인 정취의 절정, 수크 와키프(Souq Waquif)

 

'올드 수크'라고도 불리는 수크 와키프는 도하에 있는 수크 중 가장 오래되고, 전통 아랍 시장의 풍경이 가장 농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에 회칠을 한 하얀색 아랍식 건물, 그리고 그 건물 안에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 사이사이로 작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크 와키프는 100년 전의 모습에 더 근접해 보이기 위해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문과 창틀은 알루미늄 재질에서 나무로 바꾸고, 밝게 빛나는 네온사인은 없애 버렸다. 에어컨은 밖으로 보이지 않게 설치하고, 외부의 벽은 돌로, 천장은 야자나무 잎과 대나무 그리고 밧줄을 섞어 만들어 과거의 소박한 모습을 되찾았다. 리모델링을 마친 수크 와키프는 구수한 서민의 정감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오후가 되자 하얀 토베(thobe)를 입은 남자들과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들이 이곳을

가득 채운다. 장을 보러온 이들도 있지만 그냥 산책겸 마실 나온 이들도 많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사라지고 나면 그때부터 장터는 활기를 띤다. 시장에서 만나는 아랍인들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좁은 골목길에서 한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조랑말에 태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 꼬마들이 문방구 앞에 있는 놀이기구에 동전을 넣고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길을 걷다 보면 옛날식으로 페달을 밟으며 옷감을 짜는 아낙이나 기타처럼 생긴 오우드(oud)악기를 연주하는 할아버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카메라를 보자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엇갈린다. 남자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카메라를 든 이방인을 바라보며 주변을 서성거린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짓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면 천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선다. 철물점 앞에서 만난 아랍 촌부는 사진모델로 발탁되자 가문의 영광이라는 듯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다른 노인들은 너무나 부럽다는 듯이 사진 찍는 그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랍서민의 모습, 그 중심에 시장이 있다

 

수크와키프 근처의 알 코니시 거리 뒤쪽에는 몇몇 수크가 자리하고 있다. 수크 와키프처럼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수크는 없지만 다양한 물건과 아랍 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가까이서 구경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금을 비롯해 각종 보석과 액세서리 가게가 모여 있는 골드 수크(Gold Souq), 우산에서 주전자까지 다양한 생활 잡화점이 모여 있는 수크 팔레(Souq Faleh), 전자 제품을 파는 수크 나세르 빈 사이프(Souq Nasser Bin Saif), 수크 중 유일하게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텍스타일 전문 상가 수크 알 아지에리(Souq Al Asiery), 디자이너 의류 상가 수크 알 데이라(Souq Al Deira) 등이 있다. 골드 수크와 수크 나세르 빈 사이프에는 인도인이 많아, 마치 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수크에서 도하에 사는 서민들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열심히 발품 팔아 괜찮은 물건을 건져보는 것도 좋다. 외국 관광객들 중

에는 골드 수크에서 금이나 진주를 사가는 이들이 많다. 수크에서 쇼핑할 때 소매치기 같은 불미스런 일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으로 치안관리가 잘 되어있고, 곳곳에 현지 보안관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 매우 안전하다.

 

매와 낙타가게...도매시장거리

 

도하 남서쪽에 있는 도매시장거리에는 매시장과 낙타시장, 생선시장, 새시장, 과일시장 등이 모여 있다. 이 중 매시장과 낙타시장이 이방인의 호기심과 흥미를 가장 자극한다. 낙타시장은 매일아침 열린다. 낙타는 유목민족인 베두인에게 이동수단이자 물자 운송수단이었다. 오늘날 카타르인들은 결혼식 등 주요 행사 때 낙타를 구입한다고 한다. 낙타 가격 1마리에 대개 8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다. 이름 아침 찾아간 낙타시장. 여기 저기서 낙타 우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이국적인 매력에 이끌려 이집트를 여행하던 프랑스의 소설까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낙타를 보고 열광했다. 그는 낙타의 슬픈 표정과 어색함과 숙명적인 쾌활함의 결합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생전 처음 낙타를 가까이서 보고,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플로베르가 낙타를 보고 느꼈던 감동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수크 와키프 주변, 도매시장거리에는 전문 가게가 서너 개있다. 카타르에서 매(Falcon)는 국조이자 부를 상징하는 동물로, 낙타만큼 유명하다. 매 한 마리의 값은 대개 100~150만 원 정도. 하지만 비싼 것은 한 마리에 2천만 원이 넘는다. 18~19세기에는 사냥을 목적으로 매를 키웠으나 지금은 주로 도하의 상류층에서 애완용으로 기른다고 한다. 매 가게에 매가 날아가지 않도록 눈가리개로 눈을 가려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말뚝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가게 주인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가게에서 본 매는 마냥 사랑스런 동물이었다.

 

memory of souq  수크에서 만난 이국적인 것들

수크 와키프 건물

소박하면서 황홀하게 아름답고, 이국적이면서 정감이 가는 하얀 전통 카타르식 건축물.

 

아랍인

수크에서 만난 아랍인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프랑스인의 총을 맞고 죽어간 억눌리고 서글픈 아랍인과 다르다. 그들은 여유롭고 낙천적이며 순박했다.

 

낙타

사진에서 본 사막을 지나는 낙타가 아니라 정겨운 울음소리를 내는 낙타. 플로베르가 낙타의 이국적인 정취에 취했다고 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만화에서 봤던 아랍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매. 지금은 실제 아랍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매를 떠올리게 된다.

 

아로마(향)

조지 오웰은 향기만큼 기억을 자극하는 매게체는 없다고 했다. 아로마 램프와 백단향(sandalwood), 프랑킨센스(frankincense), 미르(myrrh) 같은 카타르인들이 가정에서 가장 많이 피운다는 아로마의 향기가 수크에서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시샤

노천 카페에서 피워본 순한 복숭아 향의 시샤, 시샤는 호리병에 물을 담고 거기에 연결된 파이프를 들고 담배를 피우는 물담배다.

 

커피

에스프레소보다 2~3배는 더 쓴 아랍커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원조가 아랍커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랍커피가 입에 맞지 않는 것은 아랍세계와의 거리감 때문일까.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넓게는 북부 아프리카, 남부 유럽, 서부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발달해 온 이슬람교는 그 지역의 문화 전반에 걸쳐 이슬람의 뿌리를 내렸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 카타르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 거의가 이슬람교를 믿는, 지극히 이슬람스러운 카타르의 모든 일상생활도 이슬람의 교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왠지 생소하고 낯선, 그래서 더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그들의 문화를 살피기에 가장 쉽고도 적합한 방법은 바로, 문화를 재는 바로미터인 음식문화를 살피는 것.

 

 

 

99년에 오픈한 이 곳은 이슬람의 관습대로 '노 알콜', '할라 미트'를 따르면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변형시킨 디쉬를 제공한다. 양고기, 커리, 치킨, 비프 등 다양한 류의 일품요리가 준비되어 있지만 뭔가 2퍼센트 부족할 때, 여러 가지 요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뷔페를 선택하자. 치킨, 커리, 바비큐, 스프 등 10개의 메인 디쉬를 포함해 로띠, 샐러드, 과일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금요일은 저녁 5시부터, 주말에는 점심과 저녁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금요일 2만 3천원, 주말 2만 5천원

문의 02-798-7155

www.usmania.com.ne.kr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톤다운 없이 본토의 음식 그대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고기와 양고기를 겹겹이 쌓아 도네르에 돌려가며 구워내는 케밥과 다진 고기와 야채에 향신료를 가미한 매운 맛의 아다나 케밥이 가장 사랑받는 메뉴라고, 매장 한 켠에 마련된 화덕에서 꼬챙이에 낀 고기와 토마토, 고추를 즉석에서 구워내므로 조리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네르, 아다나 케밥 1만 5천원

문의 02-794-3182

www.merhaba.co.kr

 

 

이슬람계 대사관의 쉐프로 일했던 무스타파 씨가 아내와 직접 요리하고 운영하는 레스토랑. 웬만하면 어떤 메뉴든 10분 내에 뚝딱 나온다. 여러 가지 곡물을 갈아서 쪄낸 전통 음식 쿠스쿠스, 병아리 콩과 야채, 각종 향신료를 섞은 뒤 동그랗게 빚어 튀겨내는 팔라펠, 우리나라의 삼계탕을 연상시키는 레몬 치킨 등 메뉴도 다양하다. 무스타파 씨 내외와 종업원 모두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기본적인 영어를 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모든 메뉴에 한글로 자세한 설명이 덧붙어 있다. 대부분의 메뉴가 1만 2천원 ~ 1만 5천 원선.

문의 02-795-9441

 

 

청동 장식품과 페르시아 풍으로 세공된 의자, 램프 등의 소품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알사바. 일본과 한국의 호텔에서 쉐프로 일했던 주방장이 현지에서 가져온 양념을 사용하여 요리를 만들어 내는데, 거의 모든 요리에 요구르트, 마늘, 생각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향신료가 넉넉히 들어 있어 한국인 손님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샤프란이 들어간 라이스, 아몬드와 파스타치오를 뿌린 아란체 꽃 밀크티, 커리 등 메인에서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샤프란 라이스 4천 원, 밀크티 6천 원

문의 02-794-3182

www.alsab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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