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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다보면 어느덧 머릿속에서 중동지역에 와있는 경험을 하곤 했다. 낙타, 중동의 야외시장인 수크(souq), 히잡을 둘러쓴 여인, 긴 콧수염에 하얀 옷을 입은 남자, 짙은 향신료 냄새... 카타르는 외국에게 이국적으로 다가오는 아랍 특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하의 야외시장 수크를 둘러보며 아랍의 향기를 느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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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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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이국적인 정취에 끌릴 때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 같은 이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은 여행하고 싶은 욕망을 낳는다. 이국적인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여행자로서 세계화 시대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국적인 것이 점차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획일화된 세계의 문화는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취를 느끼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동이 여행지로서 새롭게 각광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세계의 다른 곳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이국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하에 가면 '다른 세계'에 와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랍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베두인들의 노천 주말 장터였던 수크(souq)다. 수크는 '시장'이란 뜻으로,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과 흡사한 대형 재래시장이다. 도하에서 수크의 거점은 크 | |
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해변가 알 코니시 스트리트의 바로 뒤쪽으로 올드 수크인 수크 와키프를 비롯해 골드 수크, 수크 알 아지에라, 도하수크 등 11개의 수크가 모여 있는 곳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축시장, 과일시장, 생선시장 등이 모여 있는 도하 남서쪽의 도매시장 거리다. 시장은 보통 아침에 문을 열어 밤10시에 파장한다. 그러나 수크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해질 무렵인 오후 4시부터 밤10시 사이다. 어둠 깔린 시장에서 왁자지껄한 아랍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엿보다 보면 아랍에서의 독특한 추억을 남기게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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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적인 정취의 절정, 수크 와키프(Souq Waqui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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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수크'라고도 불리는 수크 와키프는 도하에 있는 수크 중 가장 오래되고, 전통 아랍 시장의 풍경이 가장 농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에 회칠을 한 하얀색 아랍식 건물, 그리고 그 건물 안에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 사이사이로 작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크 와키프는 100년 전의 모습에 더 근접해 보이기 위해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문과 창틀은 알루미늄 재질에서 나무로 바꾸고, 밝게 빛나는 네온사인은 없애 버렸다. 에어컨은 밖으로 보이지 않게 설치하고, 외부의 벽은 돌로, 천장은 야자나무 잎과 대나무 그리고 밧줄을 섞어 만들어 과거의 소박한 모습을 되찾았다. 리모델링을 마친 수크 와키프는 구수한 서민의 정감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오후가 되자 하얀 토베(thobe)를 입은 남자들과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들이 이곳을 | |
가득 채운다. 장을 보러온 이들도 있지만 그냥 산책겸 마실 나온 이들도 많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사라지고 나면 그때부터 장터는 활기를 띤다. 시장에서 만나는 아랍인들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좁은 골목길에서 한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조랑말에 태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 꼬마들이 문방구 앞에 있는 놀이기구에 동전을 넣고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길을 걷다 보면 옛날식으로 페달을 밟으며 옷감을 짜는 아낙이나 기타처럼 생긴 오우드(oud)악기를 연주하는 할아버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카메라를 보자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엇갈린다. 남자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카메라를 든 이방인을 바라보며 주변을 서성거린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짓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면 천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선다. 철물점 앞에서 만난 아랍 촌부는 사진모델로 발탁되자 가문의 영광이라는 듯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다른 노인들은 너무나 부럽다는 듯이 사진 찍는 그의 모습을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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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서민의 모습, 그 중심에 시장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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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크와키프 근처의 알 코니시 거리 뒤쪽에는 몇몇 수크가 자리하고 있다. 수크 와키프처럼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수크는 없지만 다양한 물건과 아랍 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가까이서 구경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금을 비롯해 각종 보석과 액세서리 가게가 모여 있는 골드 수크(Gold Souq), 우산에서 주전자까지 다양한 생활 잡화점이 모여 있는 수크 팔레(Souq Faleh), 전자 제품을 파는 수크 나세르 빈 사이프(Souq Nasser Bin Saif), 수크 중 유일하게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텍스타일 전문 상가 수크 알 아지에리(Souq Al Asiery), 디자이너 의류 상가 수크 알 데이라(Souq Al Deira) 등이 있다. 골드 수크와 수크 나세르 빈 사이프에는 인도인이 많아, 마치 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수크에서 도하에 사는 서민들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열심히 발품 팔아 괜찮은 물건을 건져보는 것도 좋다. 외국 관광객들 중 | | |
에는 골드 수크에서 금이나 진주를 사가는 이들이 많다. 수크에서 쇼핑할 때 소매치기 같은 불미스런 일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으로 치안관리가 잘 되어있고, 곳곳에 현지 보안관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 매우 안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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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와 낙타가게...도매시장거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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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남서쪽에 있는 도매시장거리에는 매시장과 낙타시장, 생선시장, 새시장, 과일시장 등이 모여 있다. 이 중 매시장과 낙타시장이 이방인의 호기심과 흥미를 가장 자극한다. 낙타시장은 매일아침 열린다. 낙타는 유목민족인 베두인에게 이동수단이자 물자 운송수단이었다. 오늘날 카타르인들은 결혼식 등 주요 행사 때 낙타를 구입한다고 한다. 낙타 가격 1마리에 대개 8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다. 이름 아침 찾아간 낙타시장. 여기 저기서 낙타 우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이국적인 매력에 이끌려 이집트를 여행하던 프랑스의 소설까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낙타를 보고 열광했다. 그는 낙타의 슬픈 표정과 어색함과 숙명적인 쾌활함의 결합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생전 처음 낙타를 가까이서 보고,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플로베르가 낙타를 보고 느꼈던 감동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 | |
수크 와키프 주변, 도매시장거리에는 전문 가게가 서너 개있다. 카타르에서 매(Falcon)는 국조이자 부를 상징하는 동물로, 낙타만큼 유명하다. 매 한 마리의 값은 대개 100~150만 원 정도. 하지만 비싼 것은 한 마리에 2천만 원이 넘는다. 18~19세기에는 사냥을 목적으로 매를 키웠으나 지금은 주로 도하의 상류층에서 애완용으로 기른다고 한다. 매 가게에 매가 날아가지 않도록 눈가리개로 눈을 가려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말뚝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가게 주인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가게에서 본 매는 마냥 사랑스런 동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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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of souq 수크에서 만난 이국적인 것들 |
수크 와키프 건물 |
소박하면서 황홀하게 아름답고, 이국적이면서 정감이 가는 하얀 전통 카타르식 건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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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 |
수크에서 만난 아랍인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프랑스인의 총을 맞고 죽어간 억눌리고 서글픈 아랍인과 다르다. 그들은 여유롭고 낙천적이며 순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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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
사진에서 본 사막을 지나는 낙타가 아니라 정겨운 울음소리를 내는 낙타. 플로베르가 낙타의 이국적인 정취에 취했다고 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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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
어렸을 때 만화에서 봤던 아랍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매. 지금은 실제 아랍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매를 떠올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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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향) |
조지 오웰은 향기만큼 기억을 자극하는 매게체는 없다고 했다. 아로마 램프와 백단향(sandalwood), 프랑킨센스(frankincense), 미르(myrrh) 같은 카타르인들이 가정에서 가장 많이 피운다는 아로마의 향기가 수크에서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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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샤 |
노천 카페에서 피워본 순한 복숭아 향의 시샤, 시샤는 호리병에 물을 담고 거기에 연결된 파이프를 들고 담배를 피우는 물담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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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
에스프레소보다 2~3배는 더 쓴 아랍커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원조가 아랍커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랍커피가 입에 맞지 않는 것은 아랍세계와의 거리감 때문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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