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여유/경상권 산행

[스크랩] 운주산-무엇을 더 바라리까...

원강한량 2006. 6. 28. 16:47

♠ 운주산(806.2m) 영천시 임고면


언  제 : 2006년 1월 28일(토) 맑으나 안개로 탁한 날

어디로 : 삼매리-노항리고개-우측능선-운주산-서쪽능선-삼귀리경로당-삼귀교

얼마나 : 도상거리 약 17.8km, 6시간 40여분(도로 4.2km포함)

누구랑 : 외톨이


▣ 구간별 산행거리 : 삼매네거리-(1.6)-노항리고개-(9.2)-운주산-(3.3)-546.1m봉

아래 능선갈림길-(1.1)-삼귀리경로당-(2.6)-삼귀교버스승강장=도상거리 약 17.8km


▣ 차량이동거리 : 하양역-(19.3)-임고교차로-(7.7)-삼매네거리

=승용차미터기거리 약 27.0km


11 : 30       삼매네거리에서 출발

11 : 47 ~ 50 노항리고개 들머리

11 : 57       너덜지대

12 : 11       주능선

12 : 14 ~ 20 삼각점봉(456.0m)

12 : 44 ~ 47 삼각점봉(480.0m)

13 : 05 ~ 20 삼각점봉(517.8m)/산불감시초소

13 : 38 ~ 40 삼거리봉(463.3m)

13 : 49       능선갈림길

13 : 54 ~ 14 : 00 정상봉(498.3m)

14 : 21 ~ 23 임도

14 : 33 ~ 40 삼각점봉(370.1m)

14 : 48 ~ 50 안부네거리

15 : 00 ~ 02 임도

15 : 21 ~ 25 김해김씨 묘지

15 : 47 ~ 16 : 10 운주산 정상

16 : 37 ~ 45 조망바위

16 : 52 ~ 55 촛대바위

17 : 05 ~ 10 삼각점봉(518.4m)

17 : 20       삼거리봉(546.1m)

17 : 24       능선내림(좌로)

17 : 40 ~ 42 삼귀리 경로당

18 : 05       삼귀교

18 : 10       삼귀교 건너 버스승강장


무엇을 더 바라리까...


지난여름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에 산등성이에는 올라보지도 못하고

우산을 쓴 채 도로를 따라 영천댐을 한바퀴 돌아본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오늘은 그 능선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찾아 나섰다.

돌아올 때를 위하여 미리 영천댐아래 삼매리 네거리 버스승강장에

멀쭘이 주차를 시켜놓고, 우측도로를 따라 노항리 고개로 올라간다.


고갯마루 직전 우측 옹벽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들머리를 잡아

산자락으로 접어들면 잘 나있는 산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나타나는 벽진 이씨 묘지까지가 뚜렷한 산길의 전부다.

그 이후로는 잘 드러나지 산길로 약간의 너덜지대도 지나고

낙엽 깔린 산 사면을 가파르게 치받아 주능선에 이르게 된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대체로 뚜렷한 산길이 나타난다.

좌로 꺾어 곧 바로 삼각점봉우리에 올라서지만 조망은 없다.

이후 고저차가 별로 없는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서너 개 너머서고

또 다른 삼각점을 만나지만 이곳 또한 베어진 잡목들만

너부러져 있을 뿐 조망역시 잘 되지 않는다.


한차례 안부로 떨어진 후 다시 두어 개의 봉우리를 너머서면

이번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삼각점봉우리에 올라선다.

산불감시를 위함인지 주위 잡목들을 넓게 베었어도 기룡산이나 운주산

쪽으로는 그대로 잡목들이 가려져 있어 시원한 조망은 기대하긴 어렵고

남동방향으로 금호강을 낀 임고 들[野]로는 탁 트인 전망에 눈 맛이 시원하다.


내일이 설이라 오늘은 산불지기가 없는 줄 알고

그냥 지나가려했더니 초소 안에서 라디오소리가 흘러나온다.

저~ 위로 강원도지역에서는 빨간 모자 아저씨가 산꾼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라 하더구만 우리지역에선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냥 지나칠 것도 공연히 밖에서 큰 소리로 ‘수고 하십니다’하고 외쳐본다.

그랬더니 창문을 열고 의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어딜 가느냐?” “담배는 피우면 안 된다”고 하면서 다짐을 한다.

어차피 내겐 불씨라고는 없는지라 산행 나온 사람으로 담배도 못 피우니

그런 염려는 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나물도 캐느냐고 물어본다.

나물이 아니라 산삼이 있더라도 몰라서 못 캔다고 하니

‘범’과 ‘산삼’은 한번도 보지 못한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운주산 아래

어디 어디에 가면 무슨 무슨 나물이 있고 하면서 줄줄 읊어 놓는다.


하긴 예전에 수성리에서 운주산을 처음 오를 때 그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로

운주산에서 많은 산삼을 캤다는 이야기를 들은바가 있지만 내겐 ‘소귀에 경’읽기다.

오로지 산줄기를 걸으며 예쁜 꽃과 나무, 그리고 다람쥐나 산새등과 같이

계절에 따른 야생 동식물을 바라보고 능선에서 비쳐지는 자연조망을 즐기는 것

외에는 모두가 관심 밖으로 정녕 무엇을 더 바라리까......


두려움의 대상인 산불지기가 오히려 정이 많은 사람으로 느끼지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도 산불이 잘나지 않은 이유가 크겠지만 더불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우러나오는 정 때문이 아닐까...?

한동안 초소지기와 함께 말벗을 하며 머물다보니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차피 빨리 가야할 이유야 없지만 원점회귀가 아닌지라

대중교통의 시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일이 설날인데도 수고를 하시는 산불지기. 뒤에 나뭇가지 사이로 운주산

 

산불지기를 뒤로하고 또 두어 개의 봉우리를 지나 좌측으로 꺾여

내려간 안부를 지나면 오름길 중간쯤에서 좌측으로 주능선분기가 되는데

정상봉우리를 통과하지 않고 능선분기가 되는 것이 궁금하여 거쳐 가보기로 한다.

좌측 산비탈로는 아마 오래전 화재로 인한 벌목 탓인지 큰 나무들이 없다.

그 덕에 운주산 조망은 잘 된다.


▽498봉 오름길에 바라본 운주산

 

정상에 올라보니 예전에 헬기장을 설치하려 했던지

평블록들이 적치되어 있으며 잡목으로 둘러싸여 조망은 되지 않는다.

잠시 한숨을 돌린 후 다시 되돌아온 능선갈림길에서 주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우측 수성리 쪽을 바라보니 고속도로 이리재 터널위로 봉좌산이 올라 앉아 있다.


▽고속도로 이리재 터널 뒤로 봉좌산

 

지능선 삼거리봉에서 우측으로, 또 다른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각각 한번씩 꺾어 내려서는 안부자리에 임도가 가로지른다.

임도 건너 봉우리 하나를 더 너머서면 또 다른 임도를 만나게 되고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베어낸 소나무들 사이로 있어야할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조망이 좋은 건너 기룡산을 바라보며 잠시 한숨을 돌린다.


▽삼각점봉(370.1)에서 바라본 꼬깔산(좌)과 기룡산(중) 그리고 735.9봉

 

▽우측 끝자락에서 쭉~지나온 능선. 가운데 높은 봉우리가 산불감시초소봉

 

▽아직도 북쪽능선으로 눈이 덮인 천장산

 

우측으로 꺾어 내려야할 능선은 베어진 소나무로 인하여

산길이 잘 드러나지 않아 찾아 내리기가 쉽진 않지만

유심히 살펴 여린 산길이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안부를 지난다.

다시 오름길에 나타나는 묘지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중간 중간 깡통이 걸린 철사 줄이 묘지주위로 둘러쳐져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봉우리를 넘어 솔숲 내림 길에서는 홀로 성묘를 온 사람도 만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어딜 가느냐고 하기에 정상 간다니까 쉬운 길을 가르쳐준다.

고맙지만 내갈 길이 아닌지라 계속해서 능선을 이어간다.

안부자리에 좌우로 내림 길이 보이고 다시 오름길을 지나면서

우와 좌로 각각 한번씩 우회를 한 다음 임도로 다가선다.


이후부터는 한두 번 거쳤던 길이라 별다른 느낌을 받을 수 없겠지만

예전에 비해 리본도 많이 붙어 있고 산길도 비교적 뚜렷하다.

잘 다듬어진 경주최씨 묘지를 지나면 꾸준한 오름길로

정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님들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정상에 다가서자 주초에 내린 눈은 아직도 녹지 않았고

헬기장주위로도 아직 많은 눈이 남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은 서서히 생명을 다해가는 듯하다.

정상에서 때늦은 점심을 챙기고, 내려가기 전에 비록 흐린 조망일지라도

조망이 트인 기룡산 쪽을 바라보며 잠시 조망을 즐긴다.


▽운주산 정상에서 기룡산(좌), 보현산(중), 그리고 면봉산. 날씨가 영 아니네요...

 

길이 뚜렷하지 않는 서릉을 타려고 잡목사이로 비켜가며 능선 길로 접어든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서릉길이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길보다 걷는 재미는 더 낫다.

광주 노씨 묘지를 지난 안부자리엔 좌로 내림 길도 보인다.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조망이 잘 되는 바위전망대에 올라선다.

가까이 다음 봉우리에서는 꼭 촛대처럼 보이는 촛대바위(?)가 시선을 끌고

비록 탁한 날이긴 하지만 건너 보이는 천장산과 지나온 능선조망은 더 없이 좋다.


▽서릉을 타고 내림길 조망바위에서 뒤돌아본 운주산과

 

▽앞으로 보이는 촛대바위(?)

 

▽천장산과 고개 내민 도덕산

 

안부를 지나고 촛대바위를 뒤로 비켜 오른 봉우리를 지나 삼각점봉우리에 올라선다.

한숨을 돌리며 아무리 시간을 맞추어 보려 해도 일몰 전까지 하산이 어려울 것 같다.

하여 중간에서 지능선을 타고 내리기로 마음을 먹고 바쁜 마음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삼거리봉우리(546.1m)에서 좌측으로 꺾어 내려서고

안부를 지나자 지능선 갈림길이 나타나기에 얼른 지능선을 타고 내린다.

주능선 못지않은 뚜렷한 산길로 어렵지 않게 아랫마을로 다가선다.

바로 지난여름 풍요로운 삼귀마을을 다녀갔던 그곳이다.


마을경로당 앞에서 혹시나 이곳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있는지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조금 전 다섯 시경에 막차가 다녀갔단다.

어쩔 수없이 큰길까지 걸어갈 수밖에...

삼귀교에 다다라 들머리를 쳐다보니 다리 끝에서 바로 치받아 오르는 산길이 보인다.

언젠가 거꾸로 오를 때를 위하여 유심히 봐둔다.


삼귀교를 건너 버스승강장에 다다르니 이곳에선 또 언제 버스가 올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로를 따라가며 무작정 손을 들어본다.

다행히 고마운 분을 만나 화물차에 얹혀오는 행운을 얻었다.


▽지형도

출처 : 산떠돌이
글쓴이 : 산떠돌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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